내 꼬리가 되어 줘

도서명:내 꼬리가 되어 줘
저자/출판사:하유지/씨드북
쪽수:168쪽
출판일:2024-12-12
ISBN:9791160517064
목차
8~9쪽_나는 선천적으로 꼬리 없이 태어난, 시네 카우다 증후군 환자다. ‘시네 카우다’란 라틴어로 ‘꼬리가 없는’이란 뜻이다. 꼬리 없는 사람을 보통 ‘없는’이란 뜻의 ‘시네’라고들 부른다. 꼬리가 없는 사람, 없는 사람,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…….
18쪽_이제껏 본 중에 가장 길고 날렵하며 매끄러운 꼬리다. 생생하고 아름답다. (…) 부모님이 바라고 세상이 요구하기에 나 역시 꼬리를 가져야만 한다고 여겨 왔는데, 지금은 나 스스로 저 꼬리를 원한다.
38쪽_“인간의 욕망이란 거, 상어 이빨하고 비슷하지 않아? 한 가지 욕망이 빠져나가면 그 자리를 다른 욕망이 차지하잖아. 꼬리 없는 사람들 세상에서도 꼬리 말고 다른 것이 꼬리를 대신할 거야. 빠지면 새로 나는 이빨처럼.”
59쪽_교칙 5조 7항, 용모나 품행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이나 위화감을 주는 사람은 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. (…) 교칙은 그대로였고, 내가 바뀌었다.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뀔 것, 내 방에 나 홀로 세웠던 학교의 교칙이었다.
89쪽_나는 죄 없이 가련한 척하면서 늘어진 꼬리를 노려봤다. 오랜 기다림 끝에 차지한, 소중하기 짝이 없는 꼬리. 꼬리가 없다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에 숨어 살아야 한다. 이 말썽쟁이 꼬리가 없으면 난, 아무것도 아니었다.
157쪽_들메는 나를 볼 때 사실은 꼬리를 보고 있었고, 나에게 다가올 때에도 오직 꼬리 생각뿐이었다.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그저 함께하고 싶은 꼬리. 들메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에게서 꼬리만을 보았다. 나는 컴컴한 그림자였으며 꼬리는 그 위에 환하게 피어난 빛이었다.
170쪽_“넌 꼬리 달린 세상을 부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껴안고 싶겠지.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속하고 싶을 테고.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