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조의 향연

도서명:시조의 향연
저자/출판사:김일연/책만드는집
쪽수:319쪽
출판일:2024-04-17
ISBN:9788979448658
목차
1부 가슴 파고드는 저것이 여시 같아라
가슴 파고드는 저것이 여시 같아라 /어부의 구릿빛 이마 위를 바퀴벌레처럼 기어다닌다 /하얗게 명절날 문턱에 새끼 고양이들이 운다 /피었다 순간에 진들 어찌 찰나이랴 /하얀 선 제트기 흔적이 바람으로 뭉개질 때 /괜찮다, 울지 말거라 녹는 몸으로 달랜다 /시장기 슬몃 도는 밤 특별하다 이 배 맛! /이물없이 내려앉아 똬리 튼 산그늘같이 /못 본 척 지나치는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
2부 허공에 울음 터뜨리며 천 잎 파지 날린다
누구의 보랏빛인가 허리가 가느다란 /내 안의 스키드마크, 언제쯤 지워질까 /피라미 한 마리 나와 그걸 물고 사라진다 /내 몸을 친친 감는 며칠 지독한 봄날이다 /못내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! /생각은 환한 유등 속에서 한껏 부풀다, 흐른다 /준절한 채찍으로만 겨우 몸을 가눈다 /없는 듯 은빛 나룻배 한 척 푸른 해협 건너가네 /아직도 남은 목숨이 한천에도 식지 않네
3부 일흔을 넘기고 난 지금 꽃 질까 두려워
일흔을 넘기고 난 지금 꽃 질까 두려워 /물소리 뱉으며 운다 흘천변 꽃 댕강 피듯 /또 다른 허기가 운다 편의점 문에 매달려 /해 지면 업었던 산이 다시 업혀 그려진다 /수십 년 난전에 내놓은 값을 잃은 골동이다 /얄팍한 내 바자울을 짓부수고 가버렸다 /둥글게 지구를 굴리네 착 감기는 그의 병법 /이곳서 종신서원한 그 고독이 슬프다 /지상의 모든 나무가 로켓처럼 쏘아 올려 진다
4부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 엇각을 지니고 있다
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 엇각을 지니고 있다 /햇살이 드는 날 오면 미친 듯이 뛰고 싶다 /꼬끼오 수탉 울음이 꽃 속에서 들렸다 /나날이 밀고 일어서는 나는 벽을 가졌다 /터질 듯 팽팽한 종아리 채찍 치는 햇살들 /그 전설 그냥 그대로 자주감****더라 /휘청거리던 발목이 부드럽게 활강한다 /문을 다 열어놓고 허공처럼 앉았구나 /한 줄 시 고독을 품던 새는 지금은 날아가고 없다